첫번째, 우리나라의 국민성과 의약품 약국외 판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고,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국민성이 바로 "빨리빨리" 입니다.

수많은 캠페인들을 수많은 기관들과 단체들에서 벌여서 이를 고쳐보려 하였지만 지금까지도 거의 고쳐지지 못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진 경향이지요.

저는 이번 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언론들에 의해서 더 쉽게 가공되어 약사들을 공격할 수 있었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성과 부합되지 않는, 불편하고 기다려야 하는 부분에 대한 공격기사를 쓰는 것은 정말 손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 약사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하고 황당한 노릇이지만 이런 국민성을 뻔히 알면서도 약물이라는 독극물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 "빨리빨리"를 거슬러 "불편하더라도 안전하게"를 주장하려니 그리 쉽지 않은 싸움이 되었던 것입니다.

두번째, 의료 선진국에서 환자가 선호하는 약사는?

캐나다에서는 국민들이 설명을 자세하게 잘 해주는 약국을 선호한다는 내용의 기사(근거1)가 얼마전 약사공론에 게제되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 약사들이 선호해 마지않는 바람직한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약국에 대한 접근성보다도 약사의 전문성, 친절함을 우선시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는 숨겨진 사실이 있습니다. 실제로 캐나다는 공공의료시스템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적용이 되어 있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확실히 적은 대신, 이로 말미암아 의료기관들에는 대기환자의 행렬이 항시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 빠른 진료를 받는 것이 극히 어렵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서 환자들은 셀프메디케이션과 약국을 이용하는데 익숙해져 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약사에게 질환이나 의약품에 대해서 상담하는 것은 무료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평상시에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상세하게 잘 설명해주는 약사를 더 믿고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며, 이것이 심지어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병원인근 보다는 평소에 믿는 약사에게 가도록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세번째, 의료 선진국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약사의 기능은?

결국 의료 선진국들에서도 약국들이 1차의료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켜뮤니티 파마시(근거2)를 보면 약사의 역활 중에서 여과 메커니즘, 즉 경증의 환자는 제대로 셀프메디케이션이 가능하도록 돕고 중증의 환자는 병원으로 보내는 역활도 중요함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런 기능은 영국등의 의료선진국에서도 역시 중요하게 요구되는 사항임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약사의 기능에 대한 요구는 의료비 절감이라는 차원에서도 국가적으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질환까지 모두 의사의 진료를 받도록 만든다는 것은 의사의 진료비와 약사의 조제료에 의약품비까지 소요되게 되어 국가적으로는 손실일 수 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약사의 필터 메커니즘은 국가안전망의 하나인 건강보험제도의 견실한 운영을 위한 필수적인 기능이 되는 것입니다.

네번째, 약사의 올바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약국이 필터 메커니즘의 필터로 작용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것은 경질환이 해결가능한 일반의약품이며, 약사가 필터로 활약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것은 정규교육입니다.

우선 약국을 찾아가봐야 약국에서 해결가능한 질환이 제대로 없다면, 환자의 입장에서 노력과 시간을 들여가며 약국에 갈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즉 약국의 필터기능 확립을 위해서는, 일반의약품이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갖추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기존의 일반의약품을 잘 활용하여 증상별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일반의약품을 꾸준히 도입하여 더 많은 경질환을 약국에서 충분히 치료가능하도록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 볼때, 대약이 이번에 저지른 일반의약품 편의점판매의 경우는 이런 부분을 축소시키는 아주 고약한 방향의 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약사기 필터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으려면, 바로 필터기능에 대한 체계적이고 확립된 교육이 필요합니다. 물론 대다수의 약사님들이 이 기능을 수행하실 수 있으시지만, 문제는 이것이 체계적으로 확립된 학교교육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노력과 경험으로 쌓여진 것이다보니 약사님들 개인간의 편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약대생들에 대한 필터기능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약사사회내에서도 이 기능에 대한 최소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고재를 만들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필터 기능의 최하수준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다섯번째, 빨리빨리와 약사직능 향상을 접목시키려면?

아주 간단합니다. 경질환을 약국에서 약사가 쉽게 그리고 경제적으로 해결가능하도록 만들면 됩니다. 즉 경질환에 대한 약사의 활동폭을 넓히기 위한 법적장치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엉뚱하게 환자의 셀프메디케이션을 돕기 위한 약사의 행위를 불법진료로 단속이나 하고 있게되면 국민들은 결국 병의원으로 몰려 건강보험재정만 축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약국에서 방문해서 경질환을 해결하기 위한 의약품을 구입하는 것이, 병의원을 방문해서 처방전을 받아서 조제하는 것보다도 경제적이지 못하다면 곤란합니다. 따라서 일반의약품을 그냥 구입하는 경우와, 병의원을 방문해 처방전에 의해 약물을 구입하는 경우의 차이가 크지 않은 일반의약품이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직접 개입하여 약가에 거품이 포함된 것은 아닌지 제약사의 공급가 책정부터 꼼꼼히 따져 약가를 인하토록 조절해야 합니다. 즉 보험약가 뿐 아니라 일반의약품 약가에 대해서더 일정 폭의 정부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반의약품의 가격은 사실 난매등으로 인해서 거품은 커녕 적정이하의 마진인 경우가 많기에 가격인하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으로도 약국의 적정마진이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라면 일정부분을 정부에서 보조금형태, 혹은 건강보험에서의 지원형태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경질환에 대한 약사의 직접조제를 허용하고 이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병의원에 지불되어야 할 보험재정이 온전히 절감되기 때문입니다. 병협등에서 원내조제를 주장하지만 이는 빨리빨리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할지 모르나, 결국 병협의 주장에서는 의사와 약사에게 이중으로 지불이 되어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는 것이기에 건강보험절감을 위한다는 면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약사의 조제료에 비해서 의사의 진료비가 월등히 비쌉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이 부분을 왜곡하기 위해서 환자가 직접 내는 돈인 본인부담금을 진료비나 조제료로 착각하게끔 만들려고 시도하곤 하지요.)

여섯번째, 처방조제만 바라보는 것은 결국 약사의 직능을 죽이는 것.

결국 약사의 직능은 일반의약품이 있어야 확립됩니다. 약사가 약국에 찾아온 환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병원에 가보세요" 밖에는 없다면, 약사라는 직능은 아예 필요가 없게 되는 셈입니다. 약국에 찾아온 환자를 필터링한다는 것은, 찾아온 환자의 상당수를 약국내에서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필터 메커니짐이 의료선진국에서도 중요한 기능임은 이미 앞선 설명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반대로, 일반의약품이 줄어들어 처방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약사라는 직능은 사회에서 필요없는 것으로 바뀌어가게 됩니다. 현재 의협등에서 일반의약품에 대한 약사의 주도권을 줄이거나 뺏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됩니다.(근거3) 아무리 많이 배워 나와서 의사보다도 실력이 출중한 약사가 있다 하더라도 의사만 바라보고 살 수 밖에 없다면 아무런 소용도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의사에 종속되어 의사의 눈치만 보고 살아가는 직업이 될테니 말입니다.

일곱번째, 올바른 의약분업의 정착이란.

의사와 약사가 동등한 위치에 서야만 의약분업이라는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게 됩니다.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의 상호협력 및 상호감시에 의해서 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약사라는 직능이 처방전에 의해서 의사에게 종속되는 순간, 의약분업은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됩니다. 약사게 잘못된 처방을 눈치보느라 걸러내지 못한다면 의약분업은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의 의약분업제도는 올바른 형태의 것이 아닌 셈입니다. 오히려 정부와 의사들의 입김으로 인해서 더욱 더 잘못된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의약분업이 왜 생겨난 제도인지 모를리 없는 병협이 외래환자의 원내조제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약사의 처방전 의존도를 더 크게 만들도록 온갖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보면 한심스런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권력의 집중은 부패를 불러옵니다. 그리고 의약분업제도에서 권력의 집중에 의한 부패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무시한 주장들과 정책을 펴고 있는 일부의 의사들이나 정부가 한심스럽게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약사가 의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된 직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의약분업의 올바른 정책을 의미하게 됩니다. 조제료 한푼 더 올려받는 것이 아니고 말입니다. 따라서 약사사회는 미래를 위해서 처방조제에 종속되지 않고 약국과 약사의 제기능을 올바로 수행할 수 있는 정책들을 개발하고 주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의약품을 확대하기는 커녕 편의점에 가져다준 대한약사회의 옹이눈은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결론.

우리나라의 국민성은 빨리빨리입니다. 결국 질환의 치료에 있어서도 빨리빨리 해결이 가능한 경제적인 방법으로서의 약국과 약사라는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주장들을 일관성있게 펴나가는 것이 국민들의 정서와도 부합되며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경질환의 (건강보험을 적용받는)약사 직접조제, 일반의약품 공급가에 대한 정부개입, 경제성이 없는 꼭 필요한 경질환 치료에제 대한 국가지원 등등..... 환자들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부담이 적어지는, 그리고 굳이 의사얼굴을 보지 않아도 약국에서 빨리빨리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들을 개발해야 하며, 이 정책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이번 일반의약품 편의점판매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들에서, 우리 국민성과 부합하는 빨리빨리가 얼마나 국민정서를 쉽게 움직일 수 있으며 그로인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일이 현실화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교훈을 약사의 직능을 확장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해야 합니다.

지키려고만 해서는 결국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근거1. http://www.yakup.com/news/index.html?mode=view&cat=16&nid=150587
근거2. Community Pharmacy 약국 다빈도 질환의 증상, 진단, 치료, 2판, 폴 루터 글, 양병찬 역, 조윤커뮤니케이션 2011. 7. 12. 서론과 서문 부분.
근거3.
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142878&keyWord=%BA%CE%C8%B8%C0%E5%20%B7%CE%BA%F1